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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초 개념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 좋은 쪽도 왜 '실패'라고 부를까

by 요이 Yoii 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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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 3주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낮에는 드릴 소리, 저녁에는 짐 옮기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 집 입장에서는 낡은 집을 고치는 정상적인 일이었죠. 그런데 그 3주 동안 제가 겪은 불편에 대해서는 아무도 돈을 내지 않았고, 저도 청구할 곳이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걸 시장실패라고 부르는지를 다룹니다.

 

 

 

민폐와는 어디가 다를까

외부효과(externality)를 처음 접하면 남에게 민폐 끼치는 행위쯤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죠. 그런데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에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제3자가 받은 영향이 의도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윗집이 저를 괴롭히려고 공사를 한 게 아닙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밤늦게 소리를 내는 것도 누구를 깨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배달을 하다 딸려 나온 결과죠. 반대로 화가 나서 일부러 천장을 두드리는 보복 소음은 외부효과가 아니라 그냥 가해입니다. 이건 경제학이 아니라 법이 다루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외부효과에는 나쁜 쪽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구분 부르는 이름 제3자가 받는 것 결과 예시
손해를 줄 때 외부불경제 (부정적 외부효과) 비용 과다생산 공장 매연, 층간소음, 담배연기
이익을 줄 때 외부경제 (긍정적 외부효과) 편익 과소생산 이웃집 외등, 예방접종, 집 앞 화단

 

내가 겪은 일이 외부효과인지 확인하는 질문은 세 개면 충분합니다.

  •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영향이 갔는가
  • 그 영향이 의도된 것이 아닌가
  • 그 영향에 대해 대가가 오가지 않았는가

셋 다 그렇다면 외부효과입니다. 두 번째가 아니라면 가해 행위이고, 세 번째가 아니라면 그냥 거래입니다.

 

왜 하필 실패라고 부를까

여기가 제가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부분입니다. 딱히 잘못한 사람도 없는데 왜 실패라는 험한 말을 쓸까요.

 

시장이 잘 돌아간다는 말은, 가격표에 모든 비용과 편익이 담겨 있어서 각자 자기 이익만 따라가도 사회 전체로 적당한 양이 생산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격표에서 빠진 항목이 있으면, 각자는 여전히 합리적으로 판단하는데 결과가 어긋나 버립니다. 각자의 최선이 모여 전체의 최악이 되는 구조는 죄수의 딜레마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공사 사례를 비용으로 쪼개 보겠습니다.

항목 공사하는 집의 계산서 사회 전체에 실제로 생긴 비용
자재비와 인건비 포함 포함
이웃이 겪는 소음 피해 0원 실제로 발생
합계 자재비 + 인건비 자재비 + 인건비 + 소음 피해

 

공사하는 집이 보는 계산서에는 가운데 칸이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판단이 실제보다 싸게 나오고,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공사가 더 많이, 더 오래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부정적 외부효과가 부르는 과다생산입니다.

 

 

정리하면 실패는 시장이 망가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격이 정보를 다 담지 못했다는 뜻이죠. 계산기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입력값 하나가 빠진 상황입니다.

 

좋은 외부효과도 실패입니다

이 대목에서 두 번째 오해가 풀립니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좋은 일이니 그냥 두면 될 것 같은데, 정확히 반대 이유로 어긋납니다.

 

이웃이 자기 집 앞에 외등을 답니다. 자기 가족만 안전하면 되니까 두 개면 충분하죠. 그 골목을 지나는 사람 모두가 덕을 보지만, 아무도 통행료를 내지 않습니다. 만약 그 편익까지 계산에 들어갔다면 더 많이, 더 밝게 달았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사회가 원하는 양보다 적게 공급되고, 이걸 과소생산이라고 부릅니다.

 

방향은 정반대인데 원인은 같습니다. 가격이 정보를 다 담지 못한 것.

 

 

피구세와 보조금, 빠진 칸을 채우는 법

해법은 결국 빠진 항목을 가격표 안으로 집어넣는 것입니다. 이걸 내부화라고 부릅니다.

 

나쁜 쪽에는 세금을 물립니다. 영국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가 1920년 저서 『후생경제학』에서 제안한 방식이라 피구세라고 부르죠. 피해액만큼 세금을 매기면 생산자의 계산서에 없던 칸이 생깁니다.

 

좋은 쪽에는 보조금을 줍니다. 예방접종 지원이 대표적입니다. 맞은 사람만 덕을 보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의 감염 확률까지 낮추는데, 개인은 거기까지 계산하지 않으니까요.

 

수량을 직접 정하는 규제나 배출권 거래처럼 총량을 묶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당사자끼리 협상하는 길도 있죠. 로널드 코즈는 1960년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에서, 권리 관계가 분명하고 협상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당사자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 주장은 정부는 손 떼라는 말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은데, 논문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현실에서는 그 협상 비용이 크다는 쪽에 있었습니다.

 

층간소음이 유독 안 풀리는 이유

층간소음이 딱 그 협상 비용이 큰 경우입니다. 피해가 얼마인지 서로 합의할 방법이 없고, 이웃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관계가 끝나 버리죠. 그래서 정부가 중간에 사람을 세워 둡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그 역할인데,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는 중재 기관이라 처벌이나 배상까지 해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아쉽습니다. 개념이 다듬어진 지 100년이 넘었는데, 정작 피해를 숫자로 바꾸는 문제는 여전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일이 생기면 누가 나쁜가 대신 누구의 계산서에 그 칸이 없나를 먼저 따져 봅니다. 해결이 되지는 않아도, 화가 조금은 덜 나더군요.

 

외부효과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 공공재와 공유자원입니다. 왜 아무도 돈을 안 내는 재화가 생기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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