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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초 개념

공공재와 공유자원, 회사 주차장은 어느 쪽일까요

by 요이 Yoii 202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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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니던 사무실 주차장이 딱 그랬습니다. 직원이면 누구나 공짜로 댈 수 있는데 자리는 열댓 개뿐이라, 아홉 시를 조금만 넘겨도 빈칸이 없었죠. 휴게실 소파도 사정이 같았습니다.

 

회사가 돈 들여 마련해 뒀고 아무도 못 쓰게 막지 않는데 늘 모자란 것. 이런 걸 두고 흔히 "공공재라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정확히는 반대입니다. 공공재를 가르는 기준부터 확인하고, 이 주차장이 왜 옆 칸에 놓이는지까지 가보겠습니다.

 

회사 주차장은 공공재?

 

회사 주차장은 공공재가 아니었습니다

'공공'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 있다 보니 대개 이렇게 이해합니다. 정부가 만들었으면 공공재, 돈 안 내고 쓰면 공공재라고요. 둘 다 아닙니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를 가르는 기준은 누가 만들었느냐도 아니고 값이 얼마냐도 아닙니다. 그 재화가 가진 성질 하나만 봅니다. 그래서 정부가 뚫은 유료 고속도로는 공공재가 아니고, 등대는 누가 세웠든 공공재입니다. 만든 주체와 분류는 서로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갈림길은 '막을 수 있나'와 '내가 쓰면 줄어드나', 두 번뿐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 경제교육·정보센터의 설명을 따라가면 기준은 두 개입니다.

 

첫째가 배제성입니다. 값을 치르지 않은 사람이 못 쓰게 막을 수 있는지를 봅니다. 매점 빵은 돈을 내야 손에 쥐어지니 배제성이 있고, 가로등 불빛은 세금 안 낸 사람 머리 위라고 꺼지지 않으니 배제성이 없습니다.

 

둘째가 경합성입니다. 한 사람이 소비하면 다른 사람 몫이 줄어드는지를 봅니다. 여럿이 나눠 쓰면 각자의 몫이 깎이는 재화는 경합성이 있는 쪽입니다.

 

이 두 질문에 예·아니오로 답하면 재화는 네 칸으로 갈립니다.

구분 남의 몫이 줄어든다 줄어들지 않는다
못 쓰게 막을 수 있다 사적재
ex) 매점 빵, 편의점 커피
클럽재
ex) 유료 케이블 방송, 한산한 유료 고속도로
막을 수 없다 공유자원
ex) 바다의 물고기, 붐비는 무료 공원
공공재
ex) 국방, 치안, 등대, 가로등

 

한국개발연구원 자료는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를 묶어 '비순수공공재' 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아쉽더군요. 두 칸은 앓는 병이 정반대라서, 한 이름으로 묶어 두면 오히려 구분이 흐려집니다.

 

 

국방은 아무리 써도 안 줄어드는데, 고등어는 왜 줄어들까요

한국개발연구원이 든 예가 국방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국방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고, 외국인이 우리 땅을 밟는 순간 그 사람도 같이 소비합니다. 세금을 안 냈다고 특정인만 빼놓을 방법이 없고, 한 사람이 더 누린다고 내 몫이 깎이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값을 안 내도 누릴 수 있으니 아무도 먼저 내려 하지 않고, 결국 돈 낸 사람만 바보가 되는 구조가 됩니다. 이게 무임승차 문제이고, 그래서 시장에 맡겨두면 국방은 아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장실패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바다의 물고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누가 잡으러 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내가 한 마리 잡으면 남이 잡을 몫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래서 공유자원이 앓는 병은 '안 만들어진다'가 아니라 '너무 많이 써서 사라진다'입니다.

 

병이 반대니 처방도 반대입니다. 공공재는 없는 걸 만들어 주는 쪽이고, 공유자원은 이미 있는 걸 덜 쓰게 나누는 쪽입니다. 제가 이 개념을 처음 볼 때 가장 오래 헷갈렸던 지점도 정확히 여기였습니다.

 

1968년 목초지 이야기와, 그것을 뒤집은 2009년 노벨상

공유자원 이야기의 출발점은 생태학자 개릿 하딘이 196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은 글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목초지에 목동들이 소를 풀어놓는 장면인데, 소를 한 마리 더 늘리면 이익은 내가 다 챙기고 풀이 상하는 손실은 모두가 나눠 집니다. 그러니 각자는 계속 늘리는 게 합리적이고, 그 합리적인 선택이 모여 목초지는 결국 못 쓰게 됩니다. 이게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각자 제 이익을 따랐을 뿐인데 다 같이 손해로 끝나는 구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다만 여기서 "그러니 정부가 나서야 한다"로 바로 넘어가면 절반만 맞습니다. 엘리너 오스트롬은 정부 규제도 사유화도 아닌 방식, 그러니까 이용자 공동체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공유자원을 지켜낸 사례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냈고, 그 공로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정부냐 시장이냐라는 이분법 밖에도 길이 있다는 이야기죠.

 

해양수산부가 잡을 수 있는 양을 62만 톤으로 미리 묶어두는 이유

우리나라에도 공유자원을 나누는 제도가 있습니다. 총허용어획량 제도인데, 어종별로 한 해에 잡을 수 있는 총량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조업을 허용합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 제도는 1999년 고등어·전갱이 등 네 개 어종으로 시작해 계속 넓혀졌습니다. 2026년 7월부터 적용되는 어기에는 열아홉 개 어종, 스물세 개 업종에 걸쳐 총 62만 3,079톤으로 한도가 정해졌습니다.

 

바다에 울타리를 칠 수는 없으니 배제성을 만들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수단이 잡는 양의 상한을 정하는 것입니다. 막을 수 없으면 나누는 수밖에 없다는 게 공유자원 정책의 기본 얼개입니다.

 

공짜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무언가를 두고 "공공재잖아요"라는 말이 나올 때, 저는 순서대로 이렇게 따져봅니다.

  • 돈 안 낸 사람을 막을 수 있나? 막을 수 있으면 공공재가 아닙니다. 사적재이거나 클럽재입니다.
  • 사람이 몰리면 내 몫이 줄어드나? 줄어들면 공공재가 아니라 공유자원입니다.
  • 둘 다 아니오인가? 그때만 공공재입니다.

회사 주차장은 첫 질문에 못 막는다, 두 번째 질문에 줄어든다였습니다. 공공재가 아니라 공유자원이었던 셈이죠. 그래서 그 주차장에 필요한 건 자리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요일제든 사전 예약이든 쓰는 순서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재화를 이렇게 네 칸으로 나누는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재화를 기준에 따라 갈라 보는 방법 쪽을 먼저 보고 오시는 편이 수월합니다.

 

 

참고 자료: 한국개발연구원 경제교육·정보센터,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개릿 하딘 「사이언스」 1968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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