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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초 개념

채권 가격과 금리, 1%p 오르면 10년물은 8% 빠집니다

by 요이 Yoii 2026.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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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은행 창구에서 "채권형은 주식형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설명을 듣고 채권형 펀드에 매달 돈을 넣은 적이 있습니다. 몇 달 뒤 앱을 열었더니 수익률 칸에 파란 마이너스가 찍혀 있더군요. 같은 시기 뉴스에서는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받는 거니 좋은 소식 아닌가 싶었죠.

 

그 두 가지가 같은 이야기였다는 걸 안 건 한참 뒤였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채권의 '금리'와 '가격'이 어떻게 묶여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받는데, 왜 채권 투자자는 손해일까?

흔한 오해는 이렇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가 늘어나니 채권을 가진 사람도 이득이라는 생각이죠. 예금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미 산 채권은 사정이 다릅니다.

 

채권은 발행할 때 이자가 정해집니다. 액면 1만원, 표면금리 3%짜리 채권이라면 시장금리가 4%로 오르든 2%로 떨어지든 매년 300원을 받습니다. 표면금리는 바뀌지 않습니다. 바뀌는 건 이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의 값, 즉 가격입니다.

 

표면금리가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률과 어떻게 다른지는 따로 계산해 뒀습니다.

 

3% 채권이 9,904원이 되는 계산

가장 단순한 경우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만기 1년, 표면금리 3%, 액면 1만원짜리 채권을 샀습니다. 1년 뒤 원금 1만원과 이자 300원, 합쳐서 10,300원을 받는 채권입니다.

 

그런데 산 다음 날 시장금리가 4%로 올랐다고 해보죠. 이제 새로 나오는 채권은 1만원을 넣으면 1년 뒤 10,400원을 줍니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 제 채권을 사려면 얼마를 낼까요? 1년 뒤 10,300원을 받는 권리를 4% 수익률이 나오게 사려면 10,300 ÷ 1.04, 약 9,904원만 내려 할 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2%로 내려가면 10,300 ÷ 1.02, 약 10,098원까지 낼 수 있죠.

시장금리 1년 뒤 받는 돈 지금 이 채권의 값 변화
2% 10,300원 10,098원 +0.98%
3% (산 시점) 10,300원 10,000원 0%
4% 10,300원 9,904원 -0.96%

 

시장금리가 3%에서 4%로 오르자 채권 가격이 10,000원에서 9,904원으로 내려가는 관계를 시소로 나타낸 그림

 

앞으로 받을 돈은 고정돼 있고, 그 돈을 지금 가치로 깎는 비율(할인율)이 시장금리입니다. 깎는 비율이 커지면 지금 값은 작아지죠.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건 이 나눗셈 하나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채금리가 올랐다"는 뉴스는 "이미 나와 있는 국채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말과 같습니다.

같은 1%p, 1년물은 1% 빠지고 30년물은 17% 빠집니다

처음 계산해 보고 가장 놀랐던 건 만기에 따른 차이였습니다. 같은 3% 채권이라도 만기가 길면 금리 변화에 훨씬 크게 흔들립니다. 깎아야 할 돈이 먼 미래까지 줄지어 있어서, 같은 할인율 변화가 해마다 겹쳐 곱해지기 때문입니다.

 

액면 1만원, 표면금리 3%, 이자를 1년에 한 번 주는 채권을 만기별로 계산했습니다.

만기 금리 4%로 오르면 금리 2%로 내리면
1년 9,904원 (-0.96%) 10,098원 (+0.98%)
10년 9,189원 (-8.11%) 10,898원 (+8.98%)
30년 8,271원 (-17.29%) 12,240원 (+22.40%)

 

표면금리 3% 채권의 시장금리별 가격을 1년물·10년물·30년물로 비교한 그래프

1년물은 1% 안쪽에서 움직이는데, 30년물은 금리 1%포인트에 17% 넘게 빠집니다. 웬만한 주식 하락폭이죠. "채권은 안전하다"는 말에는 사실 '만기가 짧다면'이라는 조건이 빠져 있었던 셈입니다.

 

표에서 하나 더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같은 1%포인트인데 금리가 내릴 때 오르는 폭이, 금리가 오를 때 빠지는 폭보다 큽니다. 10년물 기준으로 +8.98%와 -8.11%입니다.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휘어진 곡선이라서 생기는 차이인데, 이를 볼록성(convexity)이라고 부릅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괜찮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여기서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원금과 이자를 그대로 받으니 가격은 상관없지 않냐는 거죠. 발행한 곳이 부도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위의 1년물도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결국 10,300원을 받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남습니다. 하나는 기회비용입니다. 금리가 4%로 오른 세상에서 3% 채권을 들고 있는 동안, 새로 샀다면 받았을 1%포인트를 놓칩니다. 장부에 손실이 안 찍힐 뿐, 손해가 사라진 건 아니죠.

 

다른 하나가 제가 겪은 경우였습니다. 채권형 펀드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정해진 만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용사가 채권을 계속 사고팔며 평균 만기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기까지 기다리기"가 애초에 불가능하고, 금리가 오르면 가격 하락이 그날그날 기준가에 그대로 찍힙니다. 제가 본 파란 숫자가 바로 그거였더군요.

 

반대로 금리가 오른 뒤에 새로 들어오는 돈은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삽니다. 이미 가진 사람에게는 손실, 앞으로 살 사람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입니다. 같은 뉴스가 누구에게는 악재이고 누구에게는 기회인 이유입니다.

듀레이션 8.5, 뉴스 한 줄을 내 계좌 숫자로 바꾸는 법

만기별로 일일이 계산하기는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쓰는 숫자가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앞으로 받을 돈들이 평균적으로 몇 년 뒤에 들어오는지를 나타내는데, 실제로는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이면 가격이 대략 몇 % 움직이나"로 읽으면 편합니다.

 

위의 10년 만기 3% 채권은 듀레이션이 약 8.8년이고, 이를 금리 민감도로 바꾼 수정 듀레이션은 약 8.5입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8.5% 안팎 빠진다는 뜻이고, 직접 계산한 -8.11%와 가깝습니다. 금리가 크게 움직일수록 볼록성 때문에 어림셈과 실제 값이 벌어진다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

확인할 것 어디서 보나 읽는 법
듀레이션(또는 평균 만기) 펀드·상장지수펀드 운용보고서, 투자설명서 숫자 × 금리 변화(%p) ≈ 가격 변화(%)
만기가 있는 상품인가 투자설명서 만기가 없으면 가격 변동이 기준가에 바로 반영
발행자 신용 신용등급 만기까지 들고 있어도 부도 위험은 별개

 

그래서 저는 채권형 상품을 볼 때 최근 수익률보다 듀레이션을 먼저 봅니다. 듀레이션 2짜리와 10짜리는 같은 '채권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금리 뉴스 한 줄에 반응하는 크기가 다섯 배쯤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움직였을 때 내 계좌가 얼마나 흔들릴지는 미리 알 수 있죠.

 

미국10년물 금리가 5%에 닿았다는 뉴스가 실제로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이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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