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옵션을 설명하는 글을 몇 개 읽다 보면 거의 같은 문장에서 끝납니다. "옵션은 손실이 프리미엄으로 제한된다"는 문장이죠. 그런데 이 말은 옵션을 산 사람에게만 맞습니다. 판 사람의 손실에는 한도가 없습니다.

같은 계약인데 한쪽은 최대 손실이 계산되고 다른 쪽은 계산되지 않는다는 게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손익이 갈리는 지점부터 순서대로 확인해 봤습니다.
의무를 사면 선물, 권리를 사면 옵션입니다
선물(futures)은 미래의 정해진 날에 정해진 가격으로 특정 자산을 사고팔기로 지금 약속하는 계약입니다. 옵션(options)은 그렇게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자체를 사고파는 계약이고요. 둘 다 기초자산의 가격에서 값이 나오는 파생상품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파생상품이 증권과 어디서 갈리는지는 「증권과 파생상품 차이, 갈림길은 딱 두 번뿐이었습니다」에 정리해 뒀습니다.
갈림길은 '의무냐 권리냐' 한 곳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장내파생상품 거래설명서는 옵션의 네 자리를 이렇게 나눕니다. 콜옵션을 산 사람은 기초자산을 살 권리를 갖고, 판 사람은 팔 의무를 집니다. 풋옵션을 산 사람은 팔 권리를 갖고, 판 사람은 살 의무를 집니다.
권리는 불리하면 그냥 버리면 됩니다. 의무는 버릴 수 없죠. 선물은 양쪽 모두 의무를 지기 때문에 손익이 거울처럼 대칭입니다. 옵션은 한쪽만 권리를 갖기 때문에 그 대칭이 깨집니다.
프리미엄 75만원을 받고 675만원을 잃는 자리
같은 거래설명서에 실린 예시를 숫자로 늘려 봤습니다. 행사가격 300포인트짜리 코스피200 콜옵션을 프리미엄 3포인트에 1계약 거래한 경우입니다.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승수는 1포인트당 25만원이므로, 프리미엄은 3 × 25만원 = 75만원입니다.
| 만기 코스피 200 | 산 사람 손익 | 판 사람 손익 |
| 295포인트 | -75만원 (권리 포기) | +75만원 |
| 300포인트 | -75만원 | +75만원 |
| 303포인트 | 0원 (손익분기) | 0원 |
| 305포인트 | +50만원 | -50만원 |
| 315포인트 | +300만원 | -300만원 |
| 330포인트 | +675만원 | -675만원 |
| 360포인트 | +1,425만원 | -1,425만원 |

산 사람의 손실은 지수가 아무리 내려가도 75만원에서 멈춥니다. 처음에 낸 프리미엄이 곧 최대 손실이니까요. 반대로 판 사람이 벌 수 있는 돈도 75만원에서 멈춥니다. 문제는 판 사람의 손실 쪽에는 그런 벽이 없다는 겁니다. 지수가 올라간 만큼 계속 늘어납니다. 75만원을 받고 시작해서 675만원을 잃는 자리가 같은 계약 안에 있는 거죠.
거래설명서도 이 점을 따로 적어 뒀습니다. 옵션 매도자는 받은 매도 대금 이상을 잃을 수 있고, 손실액이 무제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문장입니다.
여섯 자리를 한 번에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 자리 | 최대 이익 | 최대 손실 |
| 선물 매수 | 이론상 무제한 | 계약금액 전액 |
| 선물 매도 | 계약금액 전액 | 이론상 무제한 |
| 콜옵션 매수 | 이론상 무제한 | 낸 프리미엄 |
| 콜옵션 매도 | 받은 프리미엄 | 이론상 무제한 |
| 풋옵션 매수 | (행사가격 - 프리미엄) × 승수 | 낸 프리미엄 |
| 풋옵션 매도 | 받은 프리미엄 | (행사가격 - 프리미엄) × 승수 |
여섯 줄 중에서 낸 돈만 잃고 끝나는 자리는 두 줄뿐입니다. 그런데 설명 자료 대부분이 그 두 줄 중 하나만 붙들고 "옵션은 손실이 제한적"이라고 마무리합니다. 이건 좀 아쉽습니다. 나머지 네 줄을 빼고 나면 옵션의 위험 구조가 절반만 전달되니까요.
옵션 매도는 왜 문턱이 하나 더 있을까요
제도도 이 비대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국내 장내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를 이수하고 기본예탁금을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금액이 거래 종류에 따라 갈립니다.
| 구분 | 기본예탁금 (1단계) |
요건 |
| 선물, 옵션 매수 | 1,000만원 이상 | 사전교육 1시간 + 모의거래 3시간 |
| 옵션 매도, 변동성지수선물 | 2,000만원 이상 | 위 요건 + 계좌 개설 후 미결제약정 10거래일 이상 보유 경험 |
2단계·3단계로 갈수록 금액과 이수 시간이 함께 올라갑니다. 금선물과 돈육선물은 50만원입니다.
옵션을 사는 것과 파는 것 사이에 관문이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포지션을 열 거래일 이상 들고 있어 본 경험을 요구합니다.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계좌당 옵션 매도 수량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좌별 200계약으로 막아 뒀더군요.

레버리지 10배는 증거금률을 뒤집은 값입니다
선물이나 옵션 매도는 계약금액 전부를 내지 않습니다. 증거금만 걸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흔히 "몇 배 레버리지"라고 부르는데, 이 배수는 상품에 새겨진 고정값이 아닙니다. 증거금률의 역수일 뿐입니다.
- 증거금률 10% → 약 10배
- 증거금률 20% → 약 5배
- 증거금률 50% → 약 2배
증거금률은 한국거래소가 시장 변동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증권사가 여기에 자체 기준을 더합니다. 그러니까 변동성이 커지면 증거금률이 올라가고, 레버리지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선물은 몇 배"라고 외워 두는 게 별 의미가 없는 이유입니다.
유안타증권이 2026년 8월 3일 기준으로 공시한 증거금률 표를 보면 코스피200선물의 위탁증거금률은 21.0%, 유지증거금률은 14.0%였습니다. 배수로 환산하면 약 4.8배죠. 개별 주식 선물은 편차가 훨씬 커서 같은 표 안에 70~80%대 종목도 있었습니다.
숫자를 붙여 보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코스피200이 400포인트라고 가정하면, 선물 1계약의 계약금액은 400 × 25만원 = 1억원입니다. 증거금률이 21%라면 2,100만원을 걸고 1억원어치를 움직이는 구조가 됩니다.
참고로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5% 이상 오르내린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 호가가 5분간 멈춥니다. 사이드카죠. 선물 가격이 현물시장을 세우는 장치입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어떻게 다른지는 「서킷브레이커는 왜 오를 때는 걸리지 않을까」에서 다뤘습니다
손실이 예탁금을 넘어서는 순간
선물은 만기까지 가만히 기다리지 않습니다. 거래일마다 장 종료 시점에 정산가격으로 손익을 주고받습니다. 일일정산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계좌 잔고가 유지증거금 아래로 내려가면 돈을 더 넣어야 합니다. 마진콜이죠. 장중에도 부과될 수 있습니다. 코스피200이 전일 종가 대비 유지위탁증거금률의 80% 이상 움직인 시점에 계좌를 점검해서, 예탁총액이 기준에 못 미치면 그날 장 종료까지 채워야 합니다.
기한까지 넣지 않으면 증권사는 통지나 최고 없이 미결제약정을 강제 청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주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인데, 손실은 예탁한 증거금 안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손실 금액이 예탁금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아무리 잘못돼도 산 돈까지가 끝이지만, 장내파생상품은 정리한 뒤에도 갚아야 할 돈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 상품군을 투자위험등급 1등급(매우높은위험)으로 분류하면서 든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확인해 볼 다섯 가지
선물이나 옵션이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순서대로 짚어 보면 좋을 항목을 정리했습니다.
- 내가 지금 보는 게 권리인가, 의무인가
- 이 자리의 최대 손실이 숫자로 계산되는가, "이론상 무제한"인가
- 지금 이 상품의 증거금률이 몇 퍼센트인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 규정·제도 → 청산결제제도 → 증거금관리, 또는 거래 증권사 공시표)
- 증거금률이 올라갔을 때 추가로 넣을 현금이 있는가
- 손실이 예탁금을 넘어섰을 때 갚을 여력이 있는가
기본예탁금 금액과 증거금률은 제도 개정과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실제로 계좌를 열 때는 거래하려는 증권사의 최신 공시를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다음에는 옵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즉 시간가치와 내재가치를 나눠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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