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끝났다는 뉴스를 보고, 저는 이제 한국 원전이 어디든 나갈 수 있겠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는 걸 한참 뒤에 알았죠. 미국이 한국에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사라고 제안했다는 보도를 보고 제일 먼저 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돈이 어디서 나가는지부터 순서대로 확인해봤습니다.

미국이 내민 건 시공 계약이 아니라 주주 자리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8월 24일 미국 정부가 한국에 웨스팅하우스(WEC)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산업통상부와 한국전력이 이 제안을 받아 투자 구조와 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죠. 투자 주체도, 규모도, 지분율도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미국 내 원전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가로 지분을 받는 형태죠. 대주주 브룩필드의 구주를 사거나, 상장 과정에서 신주를 사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800억달러 계획에 정작 지을 사람이 없습니다
미국은 2025년 5월 행정명령으로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내걸었고, 10월에는 상무부가 웨스팅하우스·브룩필드·카메코와 최소 800억달러 규모 건설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문제는 오랫동안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은 탓에 미국 내 시공·기자재 공급망이 얇아졌다는 점입니다. 원천기술은 웨스팅하우스에 있지만, 기간과 예산 안에 대형 원전을 세우는 일은 한국이 앞섭니다.
이때 미국 정부가 쥔 권리는 흔히 '지분 20%'로 요약되지만 실제 구조는 조금 다릅니다. 175억달러를 넘는 현금 분배액의 20%를 받는 참여권이고, 2029년 1월까지 조건이 충족되고 상장 가치가 300억달러를 넘을 때 상장을 요구하며 신주인수권으로 바꿀 수 있는 형태입니다.
지난해 1월 합의가 막아둔 북미 시장
2025년 1월 16일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와 체코를 제외한 유럽 등에서 한국이 단독으로 수주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지분을 사면 이 족쇄가 풀린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죠.
다만 저는 이 대목이 가장 조건부라고 봅니다. 주주가 된다고 합의문 조항이 저절로 사라지진 않으니까요. 지분 협상과 별개로 다시 테이블에 올려야 할 문제입니다.

82억달러였던 회사, 기준선은 300억달러가 됐습니다
| 시점 | 무슨 일 | 금액 |
| 2018년 8월 | 브룩필드, 도시바로부터 인수 완료 | 약 46억달러 |
| 2023년 11월 | 브룩필드 51%, 카메코 49%로 인수 완료 | 기업가치 약 82억 달러 |
| 2025년 10월 | 미국 정부와 건설 파트너십 체결 | 최소 800억달러 규모 |
| 2029년 1월 | 미국 정부의 상장 요구권 발동 기준 | 상장 가치 300억 달러 |
82억달러는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라 실제 지분 매입액은 그보다 적었습니다. 그런데도 3년 만에 눈금이 300억달러로 옮겨갔으니, 몸값 협상이 이번 건의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죠.
전기요금과 세금 중 어디로 청구서가 갈까요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 원대입니다. 자체 자금으로 지분을 사면 부담은 요금과 부채 쪽에 남고, 대미투자펀드를 쓰면 채권과 정부 보증 쪽으로 옮겨갑니다. 정부 관계자가 펀드를 쓰는 편이 낫다고 말한 배경이죠.
다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지난 6월 의결된 대미투자특별법 시행령은 투자 기준을 '상업적 합리성'으로 못 박았습니다. 사업 존속기간 동안 한국으로 돌아올 수입이 원리금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하고, 이자율은 투자 시점의 미국 20년 만기 국채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매깁니다. 좋은 회사인지가 아니라 이자를 넘기는지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확인할 일정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7월 3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등록신고서 초안을 비공개로 냈습니다. 공모 주식 수와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나온 '상장 때 신주 인수'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굴러가는 절차라는 뜻이죠.
- 상장 절차: 카메코와 브룩필드의 공시
- 2029년 1월: 미국 정부 참여권과 상장 요구권의 기한
- 투자 결정: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사업 선정, 한국전력 공시
아직 제안 단계고 확정된 건 없습니다. 저는 지분율 숫자보다 계약서에 무엇이 적히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경영 참여권, 한국형 원전의 미국 착공, 지난해 합의의 지역 제한 해제. 이 셋이 빠진 지분이라면 값비싼 입장권에 가까울 테니까요.
* 2026년 8월 26일 기준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26년 8월 24일 「[단독] 美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韓에 제안」 / 카메코 보도자료(2023년 11월 7일·2025년 10월 28일·2026년 7월 31일) / 한수원·한전 보도자료(2025년 1월 16일) / 재정경제부·산업통상부, 대미투자특별법 시행령 국무회의 의결(2026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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